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존 윅'은 단순한 액션 캐릭터가 아니다. 그는 고전 비극의 주인공처럼, 잃어버린 사랑과 상실의 고통, 그리고 거대한 폭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운명을 거스르려는 인간의 초상이다. 이 글에서는 '존 윅' 1편부터 4편까지의 전체 줄거리를 정리하고, 각 편의 핵심 관전 포인트를 분석하며, 영화가 가진 복수극의 미학과 장르적 깊이에 대해 살펴본다. 이는 단순한 영화 감상평을 넘어, 액션이라는 장르가 전달할 수 있는 정서적 서사와 철학적 울림까지 탐색하는 시도이다.
총 줄거리 완벽 정리: 1~4편 흐름 한눈에
‘존 윅’ 시리즈는 단 한 마리 강아지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상실은 전직 킬러의 고요한 일상을 무너뜨리는 도화선이었다.
1편은 아내 헬렌의 죽음 이후, 마지막 선물이었던 강아지를 잃은 존 윅이 러시아 마피아를 상대로 복수를 감행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과거의 ‘바바 야가(괴물 사냥꾼)’로 복귀하며, 개인적 복수에서 조직 간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서사를 보여준다.
2편에서는 존이 킬러 세계로 완전히 복귀하게 된다. 과거의 채무 관계로 인해 국제 암살 조직의 규칙을 어기고, 이탈리아 콘티넨탈에서 살인을 저지른 그는 전 세계에서 현상금 1,400만 달러가 걸린 지명 수배자가 된다.
3편 ‘파라벨룸’은 존이 전 세계 킬러의 표적이 된 이후 생존을 위한 사투를 그린다. 그는 옛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하이 테이블’이라는 절대 권력 구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과정에서 시리즈는 세계관의 깊이를 확장하고, 암살자들의 룰과 질서에 대한 탐색이 더해진다.
4편은 압권이다. 존 윅은 자유를 위해 마지막 결전을 벌인다. 파리, 오사카, 베를린을 넘나드는 글로벌 무대를 배경으로, 비장미와 고독이 짙은 액션 서사가 펼쳐진다. 듀얼이라는 고전적 형식을 통해 시리즈의 마무리를 장식하며, 존은 마지막 순간까지 싸우며 인간성과 복수 사이에서 선택한다.
시리즈별 관전 포인트: 액션을 넘어선 미장센
존 윅 시리즈가 다른 액션 영화와 확연히 구별되는 이유는 ‘감각의 밀도’에 있다. 총격전 하나에도 리듬이 있고, 칼싸움 하나에도 철학이 있다.
1편은 간결한 미장센과 복수의 감정을 극대화한 정제된 액션이 인상적이다. 특히 ‘레드서클 나이트클럽’ 시퀀스는 조명, 음악, 카메라 이동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2편은 건축적 공간 활용이 돋보인다. 로마 지하묘지와 거울 미로 속 총격전은 ‘공간과 움직임’의 미학을 극대화한다. 액션이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무대예술처럼 연출된다는 것을 이 영화는 증명한다.
3편에서는 ‘마르샤 예츠’ 스타일의 마샬아츠가 도입되며, 개들과 함께하는 싸움 장면, 도서관에서의 맨손 격투 등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이는 단지 액션의 과시가 아니라, 존의 고립된 심리를 표현하는 도구다.
4편은 모든 것이 절정에 달한다. 오사카 콘티넨탈 호텔, 베를린 나이트클럽, 파리 개선문 전투, 그리고 몽마르뜨 언덕의 222 계단 시퀀스까지. 각각의 전투는 예술처럼 구성되고, 존의 내면과 세계관의 쇠퇴를 동시에 담아낸다.
복수극의 미학: 비극, 명예, 그리고 죽음
존 윅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그는 도망치려 했고, 사랑하려 했고,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시스템에 의해 다시 끌려 들어온다.
고전 복수극의 전형에서 벗어나, 존 윅은 ‘자기 희생적 복수’라는 독특한 서사를 가진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적인 욕망보다 사랑과 기억, 명예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이어간다.
특히 4편에서는 복수의 끝이 자유가 아닌 죽음이라는 점에서, 셰익스피어 비극이나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미학과 맞닿아 있다. ‘명예를 위한 죽음’은 단지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아닌, 세계 질서에 대한 저항이자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방식이다.
존의 싸움은 매번 선택이 아닌 운명이었고,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마지막 장면은 놀랍도록 조용하면서도 강렬하다. 그것은 마치 관객에게 묻는다. “진정한 자유는 무엇인가?”
존 윅은 단지 잘 싸우는 액션 히어로가 아니라, 상실을 품은 인간이고, 운명을 향해 달려가는 고독한 투사다. 시리즈는 점차 액션 이상의 철학적 무게를 얻어가며, 장르의 경계를 넓혔다. 아직 존 윅을 보지 않았다면, 단순한 킬러 영화라는 편견을 내려놓고, 하나의 현대 비극으로 바라보길 권한다. 이미 보았다면, 다시 보는 순간 그 안에 숨겨진 정서와 미학이 더욱 깊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