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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 - 괴물이 된 순수함, 중산층 사회가 만든 감성적 학살]

by dahebojago 202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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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위손 포스터

팀 버튼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영화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은 1990년 첫 공개 당시 "아름답고 슬픈 동화", "창조와 외로움에 대한 몽환적 이야기"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 작품을 단순한 감성 영화로 보기에는 사회적 통찰이 너무 뚜렷하다. 가위손은 ‘괴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 중산층 사회가 '다름'을 어떻게 소비하고 배제하며, 끝내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알레고리**다. 팀 버튼 특유의 판타지적 미장센은 실제로 그 자체가 **사회적 위선, 도덕적 허위, 기술윤리의 부재**를 비판하는 날카로운 가면극이다.

에드워드 - 순수함이 괴물로 불리는 사회

주인공 에드워드는 말 그대로 인공적 존재다. 손 대신 가위를 달고 태어난 그는 인간 세계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사회에 노출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이웃 누구보다도 도덕적이고, 해를 끼칠 의도가 없다. 문제는 바로 이 ‘무해함’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처음엔 그를 이색적이라며 소비하고 즐기지만, 그가 기존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느끼는 순간 돌변한다. **그의 존재는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순수성’이며, 이는 곧 제거 대상이 된다.** 이는 현대사회가 ‘다름’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장애인, 성소수자, 이민자, 혹은 비주류 예술가들이 겪는 폭력과 배제의 구조는 에드워드가 겪는 이야기와 유사하다. 결국 이 영화는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괴물은 다름을 이유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사람들, 즉 우리 자신일 수 있다.

중산층 마을 - 컬러풀한 지옥, 규범이라는 폭력

가위손의 배경이 되는 마을은 파스텔톤의 집들이 줄지어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단지다. 이 마을의 미적 통일감은 아름다움을 넘어선 ‘통제’의 상징이다. 집은 동일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고, 주민들의 생활 패턴도 획일적이다. 에드워드는 이 마을의 규칙에서 완전히 벗어난 존재다. 처음에는 손재주 좋은 ‘재미있는 외부인’으로 소비되지만, 곧 ‘질서를 해치는 위험인물’로 낙인찍힌다. 이 마을은 겉으론 관용과 친절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규범과 동일성 유지라는 명목 아래 배타성과 폭력을 조직화하는 구조**다. 이웃 여성들은 그를 소비하다 성적으로 접근했고, 그 접근이 거절되자 사회적 파괴로 이어진다. 이는 현대 사회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자의적으로 타자를 받아들이고 내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팀 버튼은 이 중산층을 ‘도덕을 말하지만 윤리를 잃은 공동체’로 표현하고 있다. 종교적, 관습적, 성적 이중잣대가 만연한 이 사회는 결국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타자를 제거한다.** 에드워드는 파괴자가 아니라 희생자이며, 마을 사람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발명가와 기술 윤리 - 창조는 무죄인가?

에드워드를 만든 발명가는 자상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무책임한 창조자**다. 그는 ‘가능하니까 만든다’는 태도로 인공 생명을 만들었지만, 그 생명이 사회 속에서 겪을 고통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는 오늘날 기술 발전의 윤리적 문제와 직결된다.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바이오로봇 등 첨단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거나 강화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윤리적 질문을 동반한다. 하지만 기술자와 기업들은 종종 그 윤리를 고려하지 않고, 기술 그 자체의 실현 가능성에만 몰두한다. **에드워드는 그런 기술 맹신의 피해자다.** 발명가가 조금만 더 현실을 고려했다면, 그는 사회와 단절된 채 고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팀 버튼은 이를 통해 "창조는 가능하지만, 그 창조의 윤리는 누가 책임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그것이 인간 세계와 맞닿는 순간부터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것이 된다. 발명가는 신이 아니라 과학자이며, 그 창조의 결과가 타인의 고통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발명이 아니라 ‘죄’다.

영화 《가위손》은 슬픈 이야기지만, 동시에 분노를 유발하는 이야기다. 이는 감정적 공감만을 유도하는 영화가 아니라, 사회적 질문을 날카롭게 제기하는 작품이다. 순수한 존재를 배제하는 사회, 규범을 지키기 위해 인간성을 파괴하는 공동체, 책임 없는 기술 낙관주의를 비판하는 이 영화는 2025년의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여전히 다름을 소비하고, 배제하고, 때론 파괴한다. 그렇다면 진짜 괴물은 누군가? 가위를 손에 단 인조인간인가, 아니면 다름을 용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인가? 《가위손》은 우리 모두를 거울 앞에 세운다. 거기 비친 건 괴물의 얼굴인가, 아니면 당신의 얼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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